말똥의 변신은 무죄
중일 축구경기
마분지 만두
얼마 전 열린 동아시아축구 대회는 중국 대표팀의 치졸한 플레이로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올랐는데요, 특히 중국과 일본의 경기는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과거사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두 나라가 최근에는 만두 때문에 감정싸움까지 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 유통되는 중국산 만두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는 뉴스에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코앞에 둔 중국이 발끈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이미 작년에 마분지나 골판지 같은 종이를 넣은 ‘가짜 만두’ 사건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으니까요. 그래서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번 중일전 축구를 ‘만두 더비’라고 풍자까지 했습니다.
마분지
마분지로 만든 작품
어릴 적 미술시간의 단골 재료였던 마분지는 앞쪽 흰색 면은 반질반질하지만, 뒤쪽 회색 면은 섬유질이 보일만큼 거친 종이입니다. 마분지는 표백하지 않는 펄프나 폐지에 볏짚과 보릿짚을 섞어 만든 황갈색의 두꺼운 종이를 말하는데요, 특이하게도 이름이 말똥종이(馬糞紙)라는 뜻입니다. 과연 말똥으로 만들었기 때문일까요?
네, 예전에는 말똥으로 종이를 만들었습니다. 말똥을 잘 말려서 물로 씻은 뒤, 말이 미처 소화시키지 못하고 배설한 섬유질을 주 원료로 각종 혼합물을 넣어 만든 종이가 바로 마분지입니다. 말똥으로 만든 종이인 만큼 당연히 고급종이는 아니었지요. 말 그대로 말똥종이인 셈입니다. 물론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마분지는 말똥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다만 예전의 말똥종이처럼 색깔이 누르튀튀하고 썩 품질이 좋지 않은 탓에 마분지라는 이름만을 빌려왔을 따름이죠.
상분지
상분지 제작 체험
말똥으로 어떻게 종이를 만드느냐고 의심스러우시다면, 태국에서 판매 중인 멋진 작품(?)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탐스러울 정도로 고운 빛깔이 나는 이 상자의 재료는 다름 아닌 상분지(象糞紙), 즉 코끼리똥으로 만든 종이입니다. 상분지는 관광 상품으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고가에 팔리고 있는데요, 직접 상분지를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고, 상분지 위에 코끼리가 직접 코로 그린 그림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참, 상분지에서는 전혀 코끼리똥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하니, 코를 막을 필요는 없겠군요.
사실 말똥은 마분지의 원료로만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초원에서 생활하는 유목민에게 말똥은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가 화력까지 짱짱한 최고급 천연 연료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말똥을 연료로 사용했었는데요, 조선왕조실록 세조 35년의 기록을 보면 관아에서 숙직을 하던 관리 하나가 그만 실수를 하는 바람에 연료로 쓰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둔 말똥을 홀라당 태워버려 책임을 추궁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말똥 퇴비에서 자라는 송이버섯
그렇다면 요즘에는 말똥이 어떻게 사용될까요?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약 1,500여마리의 경주마가 모여 살고 있습니다. 워낙 많은 말들이 있다보니 하루에 배출되는 말똥의 양만 약 34톤, 1년이면 약 12,486톤에 이릅니다. 이 말똥들은 모두 전량 위생적으로 수거된 뒤, 여러 가공단계를 거쳐 버섯재배에 퇴비로 사용됩니다. 특히 말똥은 닭이나 돼지, 소의 그것과 달리 버섯 재배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말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 하고 있는 셈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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